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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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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5-08 00:53:29, 조회 : 380, 추천 : 68 |
>케미컴 26기가 나오는 멜로영화 시나리오를 써봐 수위는 니 자유자재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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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이라도 안나오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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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한명이라도 대사가 10개이하로 가면 안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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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재미없으면 다시만들거야
운수 좋은 날 / 임반수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임반수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왕십리 생통으로을 효영마님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하여 왕십리에서만 케미컴 16명 손님을 건진 것이다
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임반수는 십 전짜리 백통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여러명의 아내에게 꿀막 한 사발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 첫째아내 승언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그 좋다는 술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본 일이 없다. 오승언이 이리 된 것은 안주도 없는 술을 촬랄라야 하면서 마신 후다 그 오라질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 하고 눈을 홉뜨고 g랄을 하였다. 그때 임반수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년, 갱쌍도것들은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임반수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그 와중에도 주당은 여전했다 사흘 전부터 꿀막이 마시고 싶다고 임반수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g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꿀막걸리를 사 줄 수도 있다. 생통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배준모(세살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 ---팔십 전을 손에 쥔 임반수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뒤에서 "인력거!"하고 부르는 소리가 났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하냥대 박건형인 줄 임반수는 한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이모네 까지 얼마요?"
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왕십리 주당으로 이로 동기 방학을 이용하여 귀향하려 함이로다.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 할 줄 모르다가 마침 임반수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이모네 말씀입니까?"
하고, 임반수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곳을 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전 처들이 자주오는(다빈 수빈 효령 민지 지현 수림 재은).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오승언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 있어요. 비오는 날엔 막걸리인데."
하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며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래도 김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값싼 소주나 쳐먹어."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이모네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오승언의 얼굴이 김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이모네까지 얼마란 말이요?"
"
글쎄요 거긴 잘 안가는디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박건형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임반수의 다리는 이상하게 가뿐하였다..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려보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 하고 우는 둘째 창민이의 곡성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얼마만에 기차는 왔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이 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던 김첨지의 눈에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신성과 박순모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들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랍시요?"
그 여학생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때깔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임반수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김첨지는 구경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정거장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댁이 어디신가요?"
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들의 들고 있는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제손을 대었다.
"왜 이래? 우리가 누군지 알아?"
"누군데요?"
"우리가 누구~~~~!!! 케미 ~~ 콤콤콤!!!!!!!!!!!!!!!"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임반수 는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전차가 왔다. 임반수는 원망스럽게 전차 타는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감을 틀리지 않았다. 전차가 빡빡하게 사람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제 타고 남은 손 하나가 있었다. 굉장하게 큰 가방을 들고 있는 걸 보면 아마 붐비는 차안에 짐이 크다 하여 차장에게 밀려 내려온 눈치였다. 임반수는 대어 섰다.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이아름이 나온다. 그의 우글우글 살진 얼굴은 주홍이 오른 듯, 온 턱과 뺨을 시커멓게 구레나룻이 덮이고, 노르탱탱한 얼굴이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고랑이 파이고 수염도 있대야 턱밑에만, 마치 솔잎 송이를 거꾸로 붙여 놓은 듯한 임반수의 풍채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임반수, 반수하느라 돈 좀 깨졌을텐데 개 ㅄ새,끼 ㅋㅋㅋㅋ"
뚱뚱보는 말라깽이를 보는 말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짓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임반수는 이 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자네는 벌써 한 잔 한 모양일세 그려. 자네도 재미가 좋아 보이."
하고 임반수는 얼굴을 펴서 웃었다.
쥐 같은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치삼은 의아한 듯이 임반수를 보며,
"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돈이 사십 전일세."
"아따 이놈아, 사십 전이 그리 끔찍하냐? 반수하느라 20만원 넘게 깨졋으잉."
하고는 이아름의 귀를 잡아치며 취한 이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술을 붓는 열다섯 살 됨직한 중대가리에게로 달려들며
"이놈, 오라질놈, 왜 술을 붓지 않아."
라고 야단을 쳤다.
임반수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왕십리의 오락부장 오승언이가 죽었다네."
"뭐, 오거지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예끼 미,친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 오거지 시체를 집에뻐들쳐 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하고 임반수는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원 이사람아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가."
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임반수는 취중에도 오승언이 그리 좋아하는 꿀막걸리를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혹은 임반수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년."
하여간 임반수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지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켜켜이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섞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임반수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꿀막걸리를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 오라질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술쳐먹게 일어나라"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껴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년!"
"……"
"으응, 이것 봐, 아무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보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이 검은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루 보지 못하고 천정만 바라보느냐, 응"
"꿀막걸리를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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